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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계전선 ::: 재프 렌프로

류민현

*드림주와 재프 렌프로는 동료라는 설정입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사무실 안. 재프는 유일하게 소파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한다. 항상 소파에 기대어 졸거나 너덜너덜 해진 가방을 고치거나 저를 보면 반가워할 텐데.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은 건지 가만히 저를 쳐다보고만 있다. 저번에 거짓말한 게 들통난 걸까. 아니면 저번에 술 먹고 장난치던 것 때문일까? 어제 임무 도중 실수로 분수대에 빠뜨린 것 때문인 걸까. 그 외 또 실수했던 게 있던가 라기엔 너무 많아 뭐가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저를 제 동생처럼 생각해 주니 항상 넘어갔었던 사람이다. 일단 좋게 행동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해 제 손을 마주 잡아 대각선으로 비비며 다가간다.

   “누님.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걸까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대답을 안 하자 평소 부탁할 때보다 더 신경 써서 단어 선택도 예쁘게 답답해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참아가며 대화를 이었다. 평소라면 벌써 웃으면서 답을 했을 텐데. 뭐가 그렇게까지 그를 화나게 한걸까. 재프는 어제 일 때문일까 싶었다. 그것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고 기분이 안 좋은 거다.

   “잘못했으니까 화 풀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웃어주세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제가 아는 식당 있는데.”

   재프의 투정이 통했는지 그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눈은 안 웃고 입만 올라가 재프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정말 화가 난 걸까 무릎 꿇고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재프를 보던 그가 손을 들어 닫혀있는 창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재프는 빠르게 몸을 일으킨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상황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휘파람을 불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있다 문을 열리고 흘깃 문쪽으로 바라보니 레오나르도의 짜증이 가득한 얼굴에 바로 문쪽으로 다가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뭐냐 그 표정은.”
   “피곤해서 쉬고 있었는데 재프씨 혼자서 난리 치는데 짜증이 안 나겠어요?”
   “뭔 소리야. 누님하고 같이 있는데.”
   “선배 어제 재프씨가 분수대에 선배를 빠뜨린 것 때문에 감기 걸려서 오늘 출근 안 했는데요.”
   “누님 저쪽에…”

   재프가 소파를 가리키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간 걸까. 혈법도 제대로 못쓰는 사람이 방금 레오나르도가 들어온 출입구 외 다른 곳으로 나가기는 힘들 거다. 그럼… 그럼……? 조금 전 그가 말했다. 창문을 가리키며. 창밖은 낭떠러지와 같아 주변에 비슷한 높이의 건물은 없다. 그가 말을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텔레파시나 필담을 하던 그가.

   “재프씨?”

   그의 흉내를 내어 자신에게 무엇을 하려 한 걸까.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화가 나 재프는 괜히 저를 쳐다보던 레오나르도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마구마구 헝클인 다음 그가 들어온 출입구 쪽으로 나간다.

   “재프씨 어디 가요!”
   “누님한테.”
   “아픈 사람한테 가서 어쩌려고요!”

   재프가 왜 저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레오나르도는 그를 뒤따라간다.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사무실 문이 닫히고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창문이 열려있기라도 한 것처럼.